누군가는 새 생명을 받는 일에 종사한다. 누군가는 사람들의 인생을 기획하고 연결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마지막 흔적을 정리하고 보존하는 일을 한다. 디지털 추모관 운영자라는 직업은 언뜻 보면 단순한 IT 관리자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매일 누군가의 죽음을 접하고, 누군가의 슬픔을 중재하며, 수많은 기억을 감정 없이 다뤄야 한다.
기술과 감정의 최전선에서, 데이터라는 형식 속에 담긴 ‘인간의 온도’를 다루는 사람들. 그들의 하루는 생각보다 조용하고, 생각보다 복잡하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추모관 운영자들이 실제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는지, 어떤 감정적 부담을 겪으며, 어떤 기술적 조율을 해내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그 속에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죽음 뒤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있다.
디지털 추모관 운영자의 주요 업무
아침 9시.
운영자는 출근과 동시에 플랫폼 관리 시스템에 접속한다. 어제 하루 동안 새롭게 등록된 추모 게시물, 고인의 데이터, 유족의 메시지 요청, AI 생성 오류 기록 등을 확인하며 업무를 시작한다.디지털 추모관의 운영은 단순히 게시판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다. 먼저, 고인의 개인정보 검수 및 승인 작업이 필요하다. 유족이 등록한 사진, 영상, 음성 중 고인의 생전 동의 여부가 불확실한 경우,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고인의 생전 SNS 연동 시 자동 수집된 정보 중 사적인 감정, 고통, 범죄 연관 요소가 포함된 게시물은 자동 필터링 후 수동 재검토가 필수다. 이후에는 유족의 감정 조율 업무가 이어진다.
예컨대, 유족 중 일부는 “이 사진은 고인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삭제를 요청하고, 다른 가족은 “그게 진짜의 모습이었다”며 유지 요청을 한다. 운영자는 중립을 유지하며 설득, 조율, 법적 절차를 동시에 안내해야 한다. 기술보다 더 복잡한 건, 결국 ‘사람의 감정’이다.
오후에는 시스템 유지보수 및 AI 학습 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 고인의 음성을 AI로 복원할 때, 발화 습관이나 억양이 부자연스러우면 유족들이 큰 감정 충격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자는 음성 샘플을 직접 청취하며, “더는 수정하지 않겠습니다”라는 유족의 최종 확인을 받기까지 반복 작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저녁 시간엔, 관리자용 추모 피드백 정리가 있다. 유족이 남긴 감사 메시지, 불만, 오류 보고를 정리해 내부 보고서로 작성하고, 이 중 정서적으로 민감한 메시지는 별도로 담당자 간 공유해 정서적 소진을 관리한다.
운영자의 하루 요약 :
개인정보/콘텐츠 검수, 감정 민원 중재, AI 오류 조정, 유족 요청 대응, 심리적 자기관리까지 포함된 전방위적 업무
감정 노동자로서의 디지털 추모관 운영자
운영자들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것은 ‘데이터를 다루면서 감정은 지워야 한다’는 모순이다. 예를 들어, 어떤 운영자는 이런 경험을 털어놓는다. “어떤 고인의 딸이 추모관에 사진을 올리고는, 5분마다 들어와서 메시지를 수정하더라고요. 하루에만 43번을 수정했어요. 한 글자, 한 표현, 줄바꿈까지 바꾸면서요.”
운영자는 이 과정을 보며, “그 딸은 아버지를 보내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하지만 그 감정을 업무에 담을 수는 없었다. 운영자의 역할은 “객관적인 콘텐츠 관리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감정에 접근하되 관여하지 않는 역할은 ‘감정과 거리두기’라는 지속적 훈련을 요구한다.
또한, 자살이나 사고사로 세상을 떠난 고인의 추모관을 다룰 땐, 운영자 개인의 정서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어린아이, 20대 청년, 신혼부부처럼 죽음이 일상적이지 않은 이들의 콘텐츠는 오랫동안 뇌리에 남는다. 몇몇 운영자는 “일이 끝난 뒤에도 고인의 얼굴이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일부 플랫폼은 운영자들의 정서적 소진(burn-out)을 막기 위해 상담사를 연계하거나, 익명 피드백 게시판을 운영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운영자들은 죽음을 다루는 일을 ‘혼자 감당’하고 있다.
디지털 추모관 운영자는 감정 노동자이다. 플랫폼 차원에서 정서관리 매뉴얼, 휴식보장, 공감교육 등 심리적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디지털 추모관 기술 관리자와 애도 조력자 사이에서의 정체성 혼란
운영자는 기술직일까, 감정직일까? 스스로도 정체성에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플랫폼 구조상, 운영자는 시스템 엔지니어, 데이터 큐레이터, 고객 응대자, 심지어 디지털 심리상담사 같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특히 AI 음성 복원이나 메타버스 추모 공간 제작은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지만, 그 결과물은 100% 감정에 의해 평가된다. 예를 들어, 유족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이 목소리는 우리 엄마 목소리가 아니에요. 이상해요. 무서워요.”
이 한마디가 운영자에게는 일주일 간의 작업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기술은 완벽할 수 있어도, 감정은 항상 불완전하다. 운영자는 그 감정의 불완전성을 기술로 감싸야 하며, 그러면서도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기술자 역활
기술 관리자 : AI 시스템 유지, 콘텐츠 처리 및 플랫폼 안정화
감정 조력자 : 유족의 정서 반등 조정, 공감, 위로 및 중재
기억 큐레이터 : 고인의 생애 데이터 아카이브화 및 스토리 정제
윤리 관리자 : 사생활 보호, 공개 범위 조정, 민감 콘텐츠 처리
이처럼 각 분야마다 처리해야 할 역활이 있음에도 불구 1명 또는 소수 팀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현재 대부분의 디지털 추모관의 운영구조 이다.
디지털 추모관 운영을 위한 제도적·사회적 보완 과제
디지털 추모관 운영은 지금까지 ‘IT 스타트업’의 관점으로만 접근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플랫폼이 다루는 대상이 ‘죽음’과 ‘감정’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기술 서비스 이상의 제도와 윤리가 필요하다.
감정노동 직군으로 분류 및 제도 보완
운영자는 현재 ‘단순 관리자’ 또는 ‘콘텐츠 매니저’로 분류되지만, 실제 업무는 심리적 부담이 큰 정서 직군에 가깝다. 감정노동 직군으로 공식 분류되어야 하며, 이에 따른 심리상담 지원과 정기휴식 보장이 필요하다.
윤리 가이드라인 표준화
고인의 사생활, 유족 간 분쟁, 사후 AI 콘텐츠 등 민감 사안에 대한 판단은 현재 운영자 개인의 결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공식 윤리 가이드라인이 시급하며, 전문가 자문단을 두는 구조가 필요하다.
운영자 교육 커리큘럼 개발
기술 교육만으로는 부족하다. 운영자는 심리, 법률, 감정 커뮤니케이션, 상실의 이해 등에 대한 복합적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며, 특히 AI를 활용한 감정 복원 기술의 윤리적 기준도 함께 교육되어야 한다.
사회적 인식 개선
운영자의 업무는 ‘단순한 디지털 관리’가 아니다. 그들은 기억을 보존하고, 죽음을 존엄하게 만드는 직업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생겨야, 운영자도 자신의 일에 더 큰 사명감을 가질 수 있다.
데이터가 아닌 감정을 다루는 직업, 디지털 추모관 운영자
디지털 추모관은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그 안을 움직이는 건 사람의 감정이다. 운영자는 매일 수많은 죽음을 보고, 그 죽음 뒤에 남겨진 사랑, 후회, 분노, 슬픔을 조용히 정리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기억의 편집자’이자, ‘감정의 관리자’이며, ‘기술과 인간의 경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오가는 존재다.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들이 없다면, 누군가의 마지막 말도, 마지막 사진도, 마지막 기억도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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