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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추모관

디지털 추모관이 고령사회에 미치는 영향

우리는 지금, ‘노인이 많아지는 사회’를 지나 ‘노인이 중심이 되는 사회’로 들어서고 있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율 17%를 넘겼고, 2025년이면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년이 일상이 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지금껏 외면해왔던 한 가지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은 어떻게 그 삶을 기억할 것인가?”

그동안 죽음은 사적인 이슈로 여겨져 왔다. 상주 가족의 몫, 개인의 몫이었다. 하지만 고령사회가 되면서 죽음은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하는 공적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이별이 너무 많아지고, 추모할 대상도 너무 많아지며, 장례·추모의 자원과 감정이 고갈되기 시작한 것이다. 더 이상 전통적인 방식만으로는 모든 이별을 감당할 수 없다.

 

고령사회에서의 디지털 추모관의 역활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추모관이다. 이 플랫폼은 단순한 기술 서비스가 아니라, 고령사회의 필연적 대응 수단이 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디지털 추모관이 초고령사회에서 어떤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노년층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며, 세대 간의 이별과 추모 문화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를 깊이 있게 들여다본다.

 

디지털 추모관, 고령사회에서 ‘이별’은 일상이다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 사회는 다양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하면서도 준비가 부족한 분야가 바로 죽음과 장례, 그리고 추모다. 노년층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연평균 사망자 수가 증가하게 되고, 이에 따라 장례 문화도 구조적으로 변화를 요구받는다.

 

예를 들어 2023년 한국의 연간 사망자 수는 약 35만 명 수준이었지만, 2040년이면 55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리적 공간인 납골당, 장례식장, 공동묘지 등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고, 인력·비용·시간 모두 빠르게 고갈되고 있다. 실제로 지방 중소도시에서는 장례 인프라 부족으로 조문조차 어려운 사례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노인 인구가 많아진다는 것은 이별하는 유족도 대부분 노년층이라는 뜻이다. 즉, 병든 배우자가 병든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80대가 90대 부모의 장례를 치르는 구조가 된다.이런 구조에서는 기존의 장례 문화가 오히려 신체적·정서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수천만 원의 장례 비용, 무거운 상복, 복잡한 절차, 그리고 장거리 이동은 노년 유족에게 치명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런 현실 속에서 디지털 추모관은 비용과 체력의 부담 없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대안 공간이 된다. 누구든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침대에 누운 상태로도 헌화하고 조문 메시지를 남길 수 있으며, 영상으로 고인을 다시 볼 수도 있다. 이것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고령사회의 추모 권리를 지켜주는 방식이 된다.

 

디지털 추모관,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 해결 방법

 

하지만 고령사회에서 디지털 추모관이 제 역할을 하려면, 반드시 극복해야 할 한계가 있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접근성과 정보 격차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인터넷 활용률은 80%에 가깝지만, 실질적 서비스 이용률은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단순한 검색이나 카카오톡은 할 수 있지만, 디지털 플랫폼에 가입하고, 로그인하고, 콘텐츠를 게시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두렵게 느껴지는 것이다.

 

디지털 추모관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감동적인 영상, 고인의 사진이 가득한 플랫폼이라도, 노년층이 접근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기술의 소외를 재생산하는 수단이 된다. 고인을 추모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보다 크지만, 그것을 표현할 수단이 없어서 더 외롭게 이별해야 하는 상황.이는 고령사회의 슬픈 아이러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사용자 중심의 인터페이스 설계

 클릭 수를 줄이고, 버튼을 키우고, 로그인 절차를 생략한 ‘고령 친화형 플랫폼 UI’ 개발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연계 지원 서비스
예를 들어 장례식장에서 디지털 추모관을 대신 개설해주고, QR코드만으로 가족들이 접근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은 매우 효과적이다.

 

디지털 추모 교육 프로그램 운영
지자체나 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스마트폰 교육 안에 ‘디지털 추모관 사용법’을 포함시키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감정을 기술로 번역해주는 인터페이스다. ‘사랑합니다’, ‘고마웠어요’, ‘그립습니다’ 같은 정형 문구를 바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노년층의 표현을 대신해주는 디지털 배려가 될 수 있다.

 

디지털 추모관의 사회적 가치: 감정의 공공재화

 

디지털 추모관은 단지 고인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을 위한 감정의 공간이다. 고령사회가 되면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며, 죽음 앞에서 “나 혼자 남았다”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때 디지털 추모관은 정서적 탈출구가 될 수 있다. 사실 이 플랫폼이 갖는 가장 큰 가치는 감정을 사회화하는 구조에 있다. 추모는 원래 개인의 일이지만, 디지털 공간에서 타인의 조문을 읽고, 헌화를 함께하며, 같은 시기 다른 고인을 애도하는 수많은 이들과 감정적 연결을 맺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의 디지털 추모관에 달린 “이 분의 미소, 정말 따뜻했어요”라는 댓글을 보고, 자신이 떠나보낸 가족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험은 추모를 감정의 공공재로 만드는 방식이다. 누구의 고인이든, 사회가 함께 위로하고 애도하는 문화. 이는 고령사회에서 매우 필요한 정서적 인프라다.

 

또한 경제적 가치도 무시할 수 없다. 기존 장례 방식은 평균 7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들지만, 디지털 추모관은 평균 5만~20만 원 수준으로 운영된다. 경제적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더 많은 이들이 존엄하게 작별할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무연고 사망자, 독거노인의 경우 이 플랫폼은 유일한 추모 수단이 될 수 있다.

 

디지털 추모관, 세대 간 추모문화 통합과 한국형 디지털 애도의 길

 

고령사회에서 추모는 세대 간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젊은 세대는 영상과 텍스트, 디지털 표현에 익숙하고, 노년층은 절과 헌화 같은 물리적 예절에 익숙하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고인을 기리는 방식이 세대별로 단절될 수 있다.

디지털 추모관은 그 간극을 잇는 접점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손주가 만든 디지털 추모관에, 할머니가 영상통화로 접속해 “너무 잘 만들었다, 고맙다”라고 말하며 함께 헌화를 올리는 장면은 가족 내 감정의 연결을 회복하는 장면이다. ‘디지털 장례교육’ 콘텐츠 제작도 필요하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각각 디지털 애도 방식을 교육하는 커리큘럼이 정착되면,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추모문화가 재설계될 수 있다.

 

또한 한국형 디지털 추모관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정서에 맞는 예절 UI, 가족 단위의 공동 추모 공간 설계, 정부·지자체의 공공 디지털 납골 시스템 도입, 법률적 디지털 유산 보호 장치 마련등과 같은 요소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이런 체계가 마련되면, 디지털 추모관은 단지 플랫폼이 아닌 한국 고령사회의 정서적 기반 시설로 자리 잡을 수 있다.

 

디지털 추모관, 죽음을 대하는 정서는 더 깊어져야 한다

 

디지털 추모관은 고령사회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될 감정의 공간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감정을 더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어야 하고, 고인을 기억하는 방식도 더 다양해져야 한다.

 

이제 남겨진 과제는 하나다.
이 플랫폼을 단순히 ‘편한 장례 방식’으로 남길 것이 아니라, 정서적으로 존엄한 이별을 위한 필수 문화로 성장시키는 것. 한국 사회가 그 길을 함께 걸어간다면, 우리는 초고령사회 속에서도 이별의 품격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