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디지털 추모관 산업이 주목받는 이유

장례는 오래도록 물리적 공간에서의 의식으로 여겨졌지만, 2025년 현재 이 전통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특히 ‘디지털 추모관’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산업적으로, 문화적으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가 아니라, 사회 구조와 감정 표현 방식이 달라진 현대인들의 니즈가 반영된 결과이다.

고령화, 핵가족화, 기술의 대중화, 그리고 삶의 기록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만나면서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까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추모관 산업이 왜 2025년 현재 급속히 성장 중이며, 앞으로 얼마나 큰 가능성을 지녔는지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본다.

 

고령화와 가족 구조 변화가 만든 디지털 추모관 수요 증가

디지털 추모관 산업이 급성장하게 된 가장 본질적인 배경은 인구 구조의 변화다. 한국은 2025년 기준으로 전체 인구의 약 20%가 65세 이상 고령자이며,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다. 사망자 수가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의 장례 방식은 비용과 공간, 시간, 절차 등 다양한 면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예컨대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납골당이나 장례식장 수요가 이미 포화 상태이고, 묘지 역시 신규 조성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 이상 모든 장례를 물리적 공간에서 해결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디지털 추모관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확산은 장례를 치르는 방식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전통적으로는 가족과 친척이 함께 모여 장례를 준비하고 치렀지만, 지금은 고인을 보내는 사람이 한두 명뿐인 경우도 흔하다. 멀리 떨어진 자녀, 해외 거주 가족, 사회적 고립 등으로 인해 장례식 자체가 가족 단위로 수행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온라인 기반의 추모 공간은 심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더 나은 대안이 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추모관은 정해진 장소 없이도 언제든지 접속해 고인을 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정서적 연결’ 기능을 제공하며, 단순한 편의성이 아닌 정서 치유 수단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 추모관을 가능케 하는 기술과 유산 관리의 진화 

디지털 추모관의 성장은 단순히 사회적 필요 때문만은 아니다. 기술의 진보와 일상화 역시 이 산업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2025년 현재, 디지털 추모관은 단순한 온라인 페이지를 넘어 다양한 첨단 기술과 결합된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AI 기반 음성 및 텍스트 인터페이스다. 고인의 생전 영상, 음성 기록,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된 AI 챗봇은 유가족과의 인터랙션을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엄마의 목소리로 위로의 말을 건네는 AI 서비스’는 실제로 일본, 미국 등에서 상용화되고 있다.

또한 메타버스를 활용한 디지털 추모관 서비스도 본격화되고 있다. 고인의 아바타가 생전의 모습을 재현하며, 메타버스 내의 가상 공간에서 헌화하거나 함께 기억을 나누는 구조가 구현되고 있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여 고인의 삶과 기억, 추모 메시지 등을 NFT(대체불가능토큰)로 보존하는 시도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보의 보존을 넘어, 영구적이고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디지털 유산 관리에 대한 관심도 확대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유품을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SNS 계정, 이메일, 클라우드 저장소, 사진 및 영상 콘텐츠 등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남기고 정리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이에 따라 구글, 애플,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도 디지털 유산 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와 연계된 디지털 추모 서비스도 함께 발전하고 있다. 디지털 추모관은 고인을 기억하는 공간인 동시에, 생전의 삶을 정리하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콘텐츠 중심으로 진화하는 디지털 추모관 사용자 경험 

과거의 장례식은 형식적인 절차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디지털 추모관은 ‘기억의 콘텐츠화’라는 측면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대인은 단순히 슬픔을 표현하는 의례보다는, 고인의 삶을 스토리로 구성하고 공유하는 방식에 더욱 감동을 느낀다. 디지털 추모관에서는 고인의 생전 활동, 가족과의 대화, 친구들과의 추억, 기록해 둔 메모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구성해 감정적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디지털 추모 플랫폼은 고인의 생애를 연대기 형식으로 정리하고, 각 시점별로 가족과 친구들이 추억을 덧붙일 수 있도록 했다. 생전에 고인이 가장 좋아하던 음악이 자동으로 재생되고, 사진과 함께 감성적인 나레이션이 삽입된 추모 영상이 자동 생성된다. 유족은 이런 콘텐츠를 통해 단순히 슬픔을 넘어, 고인의 인생을 ‘기념’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러한 콘텐츠는 단기적인 추모를 넘어, 장기적인 가족 유산으로 남게 된다. 추모 메시지를 담은 헌정 영상, 고인의 목소리를 활용한 이야기 녹음, 후손에게 남긴 디지털 편지 등은 세대 간 감정을 이어주는 디지털 유산이 된다. 이는 곧 추모가 소비되는 콘텐츠가 아니라, 축적되고 계승되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MZ세대에게 디지털 기반 추모는 이질적이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 중심의 디지털 추모관은 향후 ‘기억의 플랫폼’으로 확실히 자리잡을 것이다.

산업으로 성장 중인 디지털 추모관의 경제적 가치

디지털 추모관은 이제 단순한 기술이 아닌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전통 장례산업이 공간 임대, 의전, 매장 등 오프라인 위주의 고정 구조였다면, 디지털 추모 산업은 플랫폼 비즈니스, 정기 구독, 프리미엄 콘텐츠,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등으로 구조화된다. 예를 들어, 추모관 개설은 기본적으로 무료지만, 테마 디자인, 용량 확장, AI 음성 커스터마이징, 개인화된 헌화 영상 제작 등은 유료 서비스로 제공되며 수익화가 가능하다.

2025년 현재 일본, 미국, 독일 등에서는 디지털 추모 스타트업들이 활발하게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한 메타버스 장례 스타트업은 지난해 3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 유치를 완료했고, 유럽에서는 종교 단체와 연계한 디지털 추모 사업이 공공 자금까지 받아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 역시 빠르게 뒤따르고 있으며, 특히 AI 기반 디지털 추모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들이 성장 중이다.

B2C 뿐 아니라 B2B 모델도 충분히 가능하다. 장례식장, 요양병원, 노인복지센터, 지자체, 종교 기관 등과 협업을 통해 디지털 추모 서비스를 통합 패키지 형태로 제공할 수 있다. 특히 정부의 고령자 복지 정책과 연계하거나, ESG 경영에 부합하는 ‘지속 가능한 장례 모델’로서 도입된다면 사회적 가치도 커진다. 디지털 추모관은 단순한 장례 서비스가 아니라, 정서적 치유 + 산업적 수익 + 사회적 가치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미래형 문화 콘텐츠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