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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추모관

디지털 추모관, 블록체인과의 결합

기억은 시간이 흐를수록 희미해진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은 그 기억을 ‘영구 보존 가능한 자산’으로 바꾸고 있다. 특히 디지털 추모관과 블록체인의 결합은, 고인의 삶과 추억을 단순한 기록이 아닌 소유 가능한 디지털 유산으로 전환시키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고인의 사진, 음성, 메시지, 영상 등을 NFT(Non-Fungible Token) 형태로 발행하면, 시간과 기술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형태로 영구 저장할 수 있다.

블록체인과의 시너지를 통한 디지털 추모관의 성장

이 글에서는 디지털 추모관과 블록체인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있는지, NFT가 추모 문화에 어떤 혁신을 가져오는지, 그리고 실제 사례 및 향후 전망까지 심층적으로 다뤄본다.

디지털 추모관에 블록체인을 접목하는 배경과 필요성 

디지털 추모관은 이미 고인을 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고인의 사진, 생전 활동, 음성, 편지 등 다양한 자료를 디지털로 업로드하여 가족이나 지인들이 언제든지 접속해 추모할 수 있게 만든 플랫폼이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는 대부분 클라우드에 저장되거나, 민간 서버에 보관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소실되거나 접근이 제한될 위험이 존재한다. 장기적인 보존, 원본성 보장, 접근의 자유가 중요한 추모 콘텐츠에 있어 기술적 영속성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다.

여기서 블록체인이 주목받는다.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중앙 서버가 아닌 분산된 네트워크에 저장하며, 한번 기록된 정보는 위조나 변경이 불가능하다. 이는 디지털 추모 콘텐츠가 ‘단순한 기록’이 아닌 ‘역사적 아카이브’로 전환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 예를 들어 고인의 음성이나 영상 메시지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NFT화한다면, 누구도 그것을 삭제하거나 조작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단순한 저장이 아니라, ‘디지털 기억의 소유권’을 유가족에게 부여하는 개념으로 확장된다.

또한 사회적 의미도 크다. 무연고 사망자, 역사적 인물, 사회적 약자의 삶도 NFT 형태로 기록하면 영구 보존이 가능하고, 이 기록은 미래 세대에게 정체성과 공동체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 블록체인의 탈중앙성은 상업적, 종교적, 지역적 편견 없이 누구나 공정하게 기억을 남길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한다. 따라서 디지털 추모관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확장이 아니라, 추모의 철학 자체를 진화시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추모관 구성 방식과 실제 사례 : NFT 활용

디지털 추모관에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NFT(Non-Fungible Token) 발행이다. NFT는 고인의 콘텐츠 하나하나에 고유한 토큰 값을 부여해, 이를 ‘디지털 자산’으로 인증하고 거래 혹은 상속 가능한 형태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가장 일반적인 구조는 다음과 같다:

 

고인의 사진, 영상, 음성 등을 정리, 이를 메타데이터와 함께 IPFS(분산 파일 저장 시스템)에 저장, 해당 콘텐츠에 대한 고유 NFT 발행, 해당 NFT를 유가족에게 전송하거나, 추모관 플랫폼에 연결, 유가족은 이 NFT를 통해 콘텐츠 접근, 소유, 공유 관리 가능

 

이러한 시스템은 해외에서 이미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Living Memories는 고인의 생애를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제작해 NFT로 발행하고, 유가족이 이를 디지털 지갑에 보관하거나 후손에게 상속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본의 Memorial Chain은 납골당의 좌표와 고인의 유품을 NFT로 연결해 ‘가상 묘소’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고인이 생전에 직접 제작한 콘텐츠가 NFT로 보존되어, 사망 이후에도 가족들이 그 기억을 소유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에서도 시범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 일부 블록체인 개발사와 장례 스타트업이 협력해 ‘NFT 헌정 영상’을 제작하고, 추모관 페이지 내에서 소유권을 표시하는 기능을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고인의 목소리로 제작한 AI 메시지를 NFT로 발행해, 손자에게 평생 소장할 수 있도록 제공하거나, 고인이 평생 쓴 일기장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NFT화하여 가족이 함께 소유하는 형태가 있다.

이런 방식은 단지 기술의 접목이 아니라, “기억을 자산화하는 방식”의 혁신이다. 유가족은 고인의 삶과 기록을 단순한 ‘자료’가 아니라, 영구히 소유하고 전승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콘텐츠로 경험하게 된다. 이는 디지털 추모관이 감정 중심 플랫폼을 넘어서, 디지털 유산 플랫폼으로 발전하는 강력한 계기가 되고 있다.

디지털 추모 NFT가 가져오는 감정적 가치와 사회적 파급력

디지털 추모관에서 NFT를 활용하는 것은 기술적 효율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정서적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가치 변화를 만들어낸다. 고인의 영상이나 메시지를 단지 클라우드에 업로드하는 것과, 이를 NFT로 보존하고 직접 지갑에 소유하는 것은 전혀 다른 감정 경험을 제공한다. 전자는 ‘기억을 보는’ 방식이고, 후자는 ‘기억을 가진다’는 느낌이다. 소유는 책임을 동반하며, 책임은 감정의 지속성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NFT 추모관을 이용한 유족들은 “고인을 단순히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일부분을 지니고 있다”는 감정을 표현한다. 이는 단지 기술적 기록이 아닌, 삶의 일부를 물려받았다는 실질적 감정 연결로 작용한다. 특히 후손에게 고인의 NFT를 전달함으로써, 디지털 상속이라는 새로운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전통적인 유산 상속이 물리적 재산에 국한되었다면, 디지털 유산 상속은 ‘기억, 감정, 가치관’까지 전해지는 방식이다.

사회적으로도 큰 파급력을 가진다. 예를 들어 잊혀져 가는 독립운동가, 사회운동가, 지역 공동체의 리더 등을 디지털 추모관과 NFT 형태로 보존한다면, 역사적 기억을 영구히 전승할 수 있다. 또한 재난 희생자, 사회적 약자, 무연고 사망자들의 이야기도 NFT로 기록되면, 상업적 이해관계나 정치적 해석 없이 객관적이고 순수한 기억으로 남게 된다. 디지털 추모 NFT는 이처럼 사회적 아카이브로서의 역할도 수행하게 되며, 플랫폼은 ‘기억의 공공재’를 보관하는 디지털 도서관으로 확장된다.

디지털 추모관 + NFT의 법적·윤리적 쟁점과 미래 전망 

디지털 추모관에서 NFT를 활용하는 데에는 분명한 미래 가능성이 존재하지만, 동시에 해결해야 할 법적·윤리적 쟁점도 많다. 먼저 가장 중요한 건 고인의 초상권, 저작권, 인격권 보호다. 고인의 음성, 영상, 사진 등을 NFT로 발행할 때, 생전 동의 없이 유가족에 의해 처리될 경우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 따라서 NFT 기반 추모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인의 명시적 동의, 혹은 유언장과 같은 사전 기록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는 디지털 자산의 상속 문제다. NFT는 법적으로 자산으로 인정되기 시작했지만, 고인의 NFT를 어떻게 상속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은 아직 미비한 상태다. 디지털 추모관 플랫폼은 이에 대비해 ‘상속 지갑 등록’, ‘사망자 계정 전환 시스템’, ‘법적 대리인 인증 절차’ 등을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블록체인의 영속성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잊혀질 권리’와 충돌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억의 윤리 설계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추모관과 NFT의 결합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기술은 감정을 구조화하고, 구조화된 감정은 사회의 문화를 만든다. 앞으로는 고인의 일생을 요약한 다큐멘터리 NFT, 가족 전체의 스토리를 묶은 ‘디지털 족보 NFT’, 추모 이벤트 참여 기록이 담긴 ‘기억의 토큰’ 등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단지 한 사람을 기억하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디지털 상속으로 바꾸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디지털 추모관은 이제 단순한 추모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곧 기억의 경제, 감정의 자산화, 삶의 기록을 보존하는 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NFT는 그 핵심 매개체로서, 인간의 감정이 기술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