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추모관 : 개인정보보호법, 그 경계에 선 기술
우리는 누군가의 죽음을 맞이할 때, 그 사람의 육신뿐 아니라 남겨진 사진, 음성, 문자, 이메일, SNS 계정 등 수많은 디지털 흔적과 마주한다. 이 흔적들은 단지 기록이 아니라, 그 사람의 정체성과 감정, 삶의 궤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디지털 유산이다.
디지털 추모관은 이러한 고인의 흔적들을 모아 저장하고, 남겨진 사람들이 기억을 이어가도록 돕는 공간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사망자의 정보는 누구에게 소유권이 있는가? 그 정보는 삭제할 수 있는가, 보관할 수 있는가, 혹은 AI로 재현해도 되는가?
아쉽게도 현재의 법체계는 ‘사망자의 개인정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살아 있는 사람의 정보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사망자의 디지털 흔적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추모관이 확산되는 지금, 창업자·운영자·사용자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기술적으로 어디까지 허용되고 어디서부터는 위험한지.
이번 글에서는 사망자 데이터와 관련된 국내외 법제도 현황, 디지털 추모관에서 실제 발생하는 사례, 그리고 창업자가 준비해야 할 기술적·법적 대응 전략까지 정보성 중심으로 깊이 있게 풀어본다.
디지털 추모관 : 개인정보보호법과 사망자 정보
대한민국의 개인정보보호법 해석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2조는 ‘개인정보’를 “생존하는 개인에 관한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사망자의 정보는 법적으로 ‘개인정보’가 아니다. 이는 즉, 누군가 사망했다면 그 사람의 사진, 이름, 주소, 생전 메시지 등이 개인정보보호법의 보호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단, 이것은 데이터 활용이 자유롭다는 뜻은 아니다. 왜냐하면, 고인의 정보는 여전히 유족의 정서적 권리와 연결되며,
명예훼손, 초상권 침해, 모욕죄 등의 형사적·민사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유럽(GDPR)의 입장
GDPR(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은 유럽연합(EU)의 대표적 개인정보보호 법안으로, 사망자의 정보에 대해 명시적 보호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각 국가별로 개별 입법을 통해 사망자 정보의 일정 보호를 허용하고 있으며, 유족의 ‘대리 권한’을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경우 사망자의 디지털 계정 처리 권리를 법적으로 유족에게 위임이 가능하다.
예) 프랑스는 사망자의 디지털 계정 처리 권리를 유족에게 위임 가능
디지털 추모관 : 개인정보보호법 실제 사례 분석
디지털 추모관 운영 중 발생 가능한 법적 분쟁은 여러 종류가 있다.
첫번째 고인의 정보를 가족 중 일부가 디지털 추모관 내 콘텐츠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이다. 반대로 삭제를 요청하는 가족 이외 가족들은 보존을 원할 경우 서로간 이해관계 충돌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상황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두번째, 고인의 생전 영상이나 음성, 편지 등을 가족 동의 없이 제3자가 업로드 하는 경우 유족이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을 활용하여 고인의 SNS 정보를 수집해 메시지를 작성 하였을 때, 유족측이 " 이건 고인의 의사가 아니다” 라고 반발할 경우 법적 논쟁 소지가 충분히 발생한다.
실제로 사례로는 서울 모 디지털 추모관에서 고인의 음성을 AI로 재현하여 손주에게 생일 축하 영상 제작 하였다. 영상을 받은 형제 중 한 명은 제작 영상을 보고 감동하며 공유했으나, 다른 한 명은 “이건 너무 기계적이다”라며 삭제 요청 하였다. 이런듯 받아 들이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견해 차이로 인하여 내부 갈등 발생 여지가 충분히 발생한다.
또 다른 사례로는 SNS 기반 추모관에서 마찬가지로 고인의 계정 일부를 수집해 업로드 하였다. 다만 유족측에서 '사전 동의 없이 정보 도용'이라 주장하며 삭제 요청 하였다. 이는 법률상 개인정보보헙 위반의 소지는 없지만, 윤리적 문제 제기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이처럼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 사망자 정보라도, 운영자는 항상 '민원과 갈등의 중심에 설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디지털 추모관 : 운영자를 위한 법적 대응 전략
디지털 추모관 운영 시 발생하는 법적 이슈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사전 동의 기반 콘텐츠 수집 하는 것이다. 생전 사용자(고인 예정자)가 자신의 계정, 사진, 메시지를 디지털 추모관에 사전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유족이 아닌 당사자의 설정이므로 법적 논쟁 위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두번째, 유족 동의 시스템 운영이다. 고인의 정보를 디지털 추모관에 게시할 경우, 1촌 이내 가족 최소 1인의 서면 동의 또는 온라인 약관 동의를 거치도록 시스템화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 추모관 생성 → 승인 요청 메일 발송 → 동의 체크 후 게시 ' 하는 방식으로 프로세스를 만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세번째, AI 콘텐츠 생성 범위에 제한을 두는 방식이다. 고인의 SNS, 블로그, 음성 등을 AI 학습에 사용하는 경우 특정 문장 형식 또는 상황별 메시지만 생성하도록 제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AI 생성 금지 항목들을 설정하여 감정대화 또는 정치. 종교 관련 메시지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법률 자문 체계 구축하는 것이다. 창업 초기 단계부터 IT 법률 전문 변호사와 정기 자문 계약 체결하여 콘텐츠 게시, 삭제 요청, 명예훼손 등 주요 이슈 발생 시 대응 매뉴얼 마련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추모관 : 디지털 유산 제도화의 현재와 미래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 개념 정립 중이며 사망자의 디지털 자산에 대한 법적 보호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유산(Digital Legacy)’이라는 개념 아래, 이메일, SNS 계정, 디지털 앨범, 클라우드 저장소 등이 모두 유산의 일부로 간주된다. 국내에서는 아직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지만, 2023년부터 관련 정책 연구가 시작됐으며, 2025년까지 일부 제도화가 추진 중이다.
국내외 기업들의 예를 들면 구글은 사용자 사망 시 ‘계정 무효화 설정’을 통해 지정된 계정 관리자에게 데이터 이전 가능하며, 애플은 iCloud에 ‘디지털 상속자’ 지정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카카오는 카카오계정 서비스 사망자 계정 보존 기능은 제외하고 사망자 계정 삭제만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향후 디지털 유산 제도화의 변화를 예측해 본다면 사망자 정보 보호 기간 명시 (예: 사망 후 3년 보호), 디지털 유언장 법제화를 통해 사망 전 콘텐츠 처리 방식 설정 가능, 그리고 유족 권리 강화를 통하여 플랫폼에 삭제 또는 보존 요청 권한 명문화 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다.
디지털 추모관 : 법이 따라오지 못한 영역, 윤리와 설계가 해답이다
디지털 추모관은 법의 경계를 걷는 서비스다. 사망자 정보는 현재의 법으로는 보호되지 않지만, 그 정보는 살아 있는 유족과 사회에 분명한 정서적 영향을 준다. 따라서 창업자와 운영자는 단순히 ‘법에 안 걸리는 선’이 아닌, 신뢰와 감정, 명예를 지키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핵심 내용을 요약해 본다면 대한민국 법상 사망자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니며 유족의 동의 또는 생전 설정 기능이 중요하고, AI 콘텐츠는 제한적, 감정적 메시지 중심으로 삭제 요청·명예훼손 분쟁을 대비한 법률 체계 프로세스가 필수적으로 요청이 된다. 또한 향후 제도화될 ‘디지털 유산법’에 대비한 구조 설계도 필요 할 것이다.